동백섬과 해운대 백사장의 추억을 새길 곳   이슈글

잘 잤다. 검은 캔버스와 흰 캔버스 위에서 하룻밤 꿈을 꾸고 난 아침.

바다를 보기 위해 캔버스 호스텔을 나섰다.

한 5분 이내 거리. 동백섬에 접어든다. 한 돌소녀가 꽃을 들고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 다리 앞에서... 언제부터인가, 하염없다.

동백섬 한바퀴에 스민 사연도 많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해운대 사적부터 우리 젊은 날의 모래알 같은 추억들이 새록 새록 되살아난다. 동백공원을 지나 섬 서쪽 전망대에 서니, 광안대교가 푸른 바다위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어찌 사진 한장을 찍지 않으랴?

바닷길을 걷는다. 미란다의 황옥공주가 고향을 그리다 구슬속에 고향을 본 순간, 인어가 되어버렸다는 전설이 서린 인어상을 보며, 파도처럼 희디 희게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그리움이란 미망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우리네 중생을 떠올린다.

다시 섬 동쪽 전망대에 선다. 눈부신 브라우스와 맥시 차림의 한소녀를 보았다.. 젊은 날의 어디에선가 본듯한 맑고 귀여운 모습이다. 뭉게구름같이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바닷물에 씻는다. 바위섬에 부서지는 파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잊었던 젊은 날들의 노래를 나이 든 오늘에도 다시 부를 수 있게 해준 인연들에 감사한다.

 돌아와 컨티넨탈식 조식을 하고선 바쁜 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순간, 아, 이 상큼한 추억은 작게라도 가슴에 남기고 싶어 필을 들었다.

지난 밤, 모랫사장에서 휠체어에 의지하여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여인과, 백사장의 달빛, 포장마차의 멍게와 소주, 그리고 새벽 바닷가에 밀려들어오는 파도. 일상 속에 묻혀살던 이에게 모처럼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좋은 하루였다.

삶이 피곤하거든, 권태롭거든, 쉬어가고 싶거든, 놓아버리고 쉬는 공간. 여기 이자리가 아닌가 한다. 감사하다.

 

글쓰기 글수정 답변달기 글삭제 목록으로

첨부파일